그런 일이 있었다. 최소한 다닌지 3년은 넘은 팀의 공연을 갔다가 어느 멤버인지 물판을 갔는데 못알아보던 일.
생각해보면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특별히 찾아가던 멤버도 아니요, 공을 들이던 멤버도 아니었던 것. 간간히 가던 멤버들이 알아보는건 당연했던만큼 가끔 가는 멤버도 알아볼거란 믿음이 있었는데 자잘하게 느껴지는 배신감은 참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또 가긴하겠지만 그런 무쓸모의 감정같은게 있다. "다시는 안감요."
사실 처음은 아니다. 불과 1~2주를 간격으로 가도 못알아보는 아이돌은 부지기수다. 몇주간 꾸준히 찾아갔는데 몰라보는 멤버를 두고 "믿고 안가는 ***"라고 격하시킨후 다시는 안찾아간 일이 몇번있다. 그렇게 이번에도 몇번째 "믿고 안가는 멤버"가 생겼다. 대체로 이런 말을 하게되는 이유는 기억의 문제부터 그에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지만 대체로 그 문제의 시작은 그네들의 지력이 약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다.
오래된 오타, 특히나 한팀에 집중한 오타일수록 이런 배신감같은(사실은 별로 배신이랄것도 없다.) 느낌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중에서 자주 찾아간 멤버라면 더욱 그럴것이고.
어쩌면 AKB의 악수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하는 안전장치같은게 있다. 약 5~10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그냥 찰나라고 생각들 정도의 시간. 이런 짧은 시간은 사람을 기억하는 수고를 덜게 해준다. 이것을 극복한다고 악수권을 100장이상 질러대며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선택의 문제다. 그정도 성의를 보인 팬은 되려 기억 안해주는게 문제가 있는거다. 그게 다수가 될 수가 없으니 그 안전장치는 거기서도 빛을 보인다.
문제는 이런 (팬들과의 만남) 시간이 긴 팀들이다. 어떤 팀들은 그게 몇분대에 이르기도 하고, 악수회를 하면서도 20~30초 정도 주는 애매하게 긴팀이라면 약간의 비용만 더 쓴다면 팬들에게 "기억"이라는 욕심을 내게 한다. 물론 한번에 긴 시간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짧게 자주가는 것일수도 있지만 여튼간 이렇게 시간을 구입하는데는 비용이 든다. 그게 작게는 500엔 1000엔에서 많게는 몇천엔~만엔까지도 다양하게 든다는 차이뿐.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몇가지 조건이 붙는다.
- 오랜시간. 적어도 6개월 이상 한팀을 좇을것
- 매주 적어도 격주로는 만날것.(난 여기서 탈락이니까 상급오타는 아니다.)
- 비용소비가 매주 일어날 것. 아마도 회당 만엔 정도?
- 그렇게 매회 몇분 이상의 만남이 일어날것.
그렇게 오래되거나 돈을 많이 쓴 오타일수록 더이상 올라갈 길이 없으면 내려가고 다른 멤버 혹은 다른 그룹의 팬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의 반복. 사실 이런 사람들을 인지오타라고 말하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욕심을 그렇게 매도할건 없을것 같다.
드래곤볼의 대사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에서 지워질 때 진정으로 죽는거라고.
어쩌면 처음에는 그렇게 몇천엔 몇만엔씩 쓰는 사람이 이해가 안된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100% 이해하고 그 비슷한 반열에 들어간다고 말할수도 있지만. (나름 아낀다고 아껴서 안쓰긴하지만 그 액수가 점차 늘어가는것도 어쩔 수 없다.)
여튼간 또 도쿄를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이 오며 이런저런 스케줄을 맞추려고보니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닌게 됐다. 그래도 사력을 다해 발버둥치는건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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