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비교

아이돌 클래식 2013. 8. 6. 00:44 Posted by e-rown
반응형

요 몇달간 어떤 기회가 되었는지 몇가지 일본 음악을 주변에 보여줄 기회가 있었다. 그래봐야 내가 자주 듣는 아이돌 음악이 전부긴했지만, 반응이 참 일률적이라 재밌게 본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할말은 한번 해봐도 좋을것 같다.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 "한국 애들이 더 잘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분명히 한국 아이돌들이 일본 아이돌들에 비해서는 트레이닝을 더 많이 받고 준비를 더 하고 데뷔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나 여자 아이돌에 있어서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그 이미지를 획득하며 인기를 얻어가는데 비해서, 한국의 시청자들은 작은 흠이라도 발견하면 득달같이 달겨들어 인터넷에서 비난을 하기에 바쁘기 때문인지 완성도를 갖춰나온다.


소녀시대 1집은 그런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모두를 완성시켜 나온 앨범이었다. 화려한 작곡가 라인업, 수년을 준비해 온 보컬과 댄스, 그리고 밀고당기는 조율마저도 완벽에 가까웠던 구성, 그리고 적당한 깔끔함에 소녀적 감성을 한껏 담아낸 소리들. 그런 완성도를 보여준 이후에 어떤 앨범도 이만한 완성도를 보여준 적은 없었던것 같다. 


그런데 음악의 비교라는 측면으로 들어가면서 사람들의 판단에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한국 가요계는 미국과 일본을 표절하기도 하고 뒤죽박죽 섞기도하고, 아니면 독자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해왔다. 일본 가요계 미국 음악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해오며 발전해왔다. 그런 색채의 차이는 분명히 느끼는데 여기서 누가 더 '잘'하느냐는 한국적인 해석을 사람들은 시작한다. 무조건 1등이 최고라는 못된 판단기준을 여기서 들이민다.


또 아이돌의 무대를 보고도 거의 모두가 '우리나라 애들이 더 잘하는것 같애.'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일본은 아이돌이 '잘'하는걸 바라고 무대를 보는 나라가 아니니 이는 더욱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판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애들이 더 낫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오류는 발생한다.


교육과정이 변화하면서 그렇게들 좋아하는 '개성'의 존중은 실로는 말뿐이었다는 것. 공장에서 찍어내는 아이돌이 싫다고 한다면 오히려 일본쪽이 훨씬 자율도가 높은 아이돌이다. 일률적으로 뻔한 곡들을 부르고, 높은 소리 잘내면 노래 잘부른다는 기준에서 만큼은 한국의 아이돌들은 탑일지 모르지만,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쪽으로 귀결되기 보다는 한쪽으로 귀결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나 연예산업에서는 스타로 올라서고 높은 몸값을 부를 수 있게 되고 아이돌 대접보다는 스타 대접을 받게 된다는 로열로드를 누구나 바라고 있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돌은 시작일뿐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인식이 최근들어 일어나고 있긴하지만, 그 마지막 단계는 사뭇 다르기만하다. 이건 어느쪽이 낫다 못하다를 판단할 문제도 아니고, 각 나라의 연예산업의 특성에 기반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수도 없는 이야기다.


각 나라에서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기대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성장과정과 그 시행착오를 바라보는데 주력한다. 무대에서 한번 틀렸다면 우리나라는 온 인터넷 기사를 도배하겠지만, 일본에선 그냥 그럴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하나의 해프닝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한국과 같은 지옥의 트레이닝을 거쳐 엄선된 멤버들만 남은 아이돌팀은 실로는 아이돌이라고 볼수도 없을만큼 생존능력을 갖추고 온갖 눈칫밥에 익숙해져있는 이들일테니 속은 시꺼멓게 타 있을거라 생각한다. 


Usher가 처음 나왔을때(실제론 한번 망하고 나온거지만) 멋진 무대매너가 관객을 매료시켰지만, 그 전에 그의 잘생긴 얼굴과 잘빠진 몸에 먼저 매료되었었던 점을 기억한다. 그리고 완성도가 너무나도 높던 앨범이 있었다. 이런점에서 한국은 미국화 되어있는건 아닐까. 하지만 팬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선 일본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아이돌에서 스타가 되고 그들이 콧대가 높아질 무렵에 갈아타고 있는 점도 일본의 아이돌 팬들과 비슷하게 보인다. 이런 오묘한 위치에 선 대중음악계는 흥미로운게 사실이다. 


언젠가가 될지 모르지만 불완전해서 보살펴주고 싶은 성장형 아이돌이 하나쯤은 나올거라 기대를 해본다. 인터넷에 가득한 비난을 무시하고 지낼만큼 강철멘탈인 이들이어야하겠지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