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사회 반동분자처럼 기존에 나와있는 베스트셀러들을 이렇게 까는지는 모른다. (오해가 없기 위해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까는게 아니라 책의 한 부분을 잘라다가 팔아먹는 사기꾼들을 까기 위함이다.)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게 옳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정의감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은 아니다. 이것도 재미가 붙다보니 계속 하는데 또 안하고 싶을땐 안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좋아하는 작가이다. 시대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그는 (사실이건 아니건) 읽는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다윗과 골리앗은 읽어봐야겠지만, 뭔가 이 사람도 로버트 그린류의 망테크를 타기 시작한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는한다.)
그의 책은 현상을 분석한 재미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터들의 농간에 의해 '자기 계발서'로 분류가 되기 시작했고 인위적으로 무언가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사람들,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렇게 이렇게 해라'라는데 자주 인용되기 시작했다.
대체 '블링크'나 '티핑 포인트'를 인용하는 인간들은 개념을 안드로메타로 쏘아올렸는지 싶다. 정말로 책이란건 (사람의 말도 마찬가지지만) 부분을 잘라다가 보여주면 전체를 완벽하게 180도 돌려서 왜곡하는게 가능하다. 그건 말 좋아하는 사기꾼(이라고 쓰고 강연자들이라고 읽는다.)들의 전형적인 수법이지만, 꾸준히도 속는 사람은 나타난다. 단언하건데 블링크와 티핑포인트의 내용은 따라하고 싶다고 따라할 수 있는게 아니다. (바보들아) 더 큰 문제는 1만시간의 법칙에서 나타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Outliers)의 두번째장 테마이다.
무슨 일이든 '1만시간동안 노력하고 집중하면 마스터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이 바보들을 모아놓고 강연하는 바보들로 인해 '1만시간동안 노력하고 집중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로 바뀌었고, 이러한 말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 소중한 1만시간을 허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 중간에 그만뒀을걸로 생각되니 다행이다.) 조사에 따르면 잘된 놈들 중에 1만시간을 노력한 사람이 있다는 걸 말했을 뿐이며, 그것 마저도 타이밍의 중요성을 절실히 이야기했건만, 이건 쏙빼놓고 하고 싶은 말만 빼갔다.
그러면 1만 시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서 인용된 자료들을 보자.
- 바이올린을 잡고 스무살까지 1만시간을 연습하게 된 프로 피아니스트와 그보다 적게 연습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 모짜르트의 협주곡 9번(작품번호 271번)은 21살때 만들어졌다. 이는 모차르트가 협주곡을 만들기 시작한지 10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 1만시간의 법칙을 만든 신경 과학자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 http://en.wikipedia.org/wiki/Daniel_Levitin) : 이 사람도 신경과학자라는 타이틀로 책을 열심히 썼다.
- 빌 조이의 이야기(그는 SAT에 수학을 만점 받을만큼 재능을 타고났고, 컴퓨터 센터를 24시간 오픈한 미시건 대학에 있었다.)
- 비틀즈 이야기(서전페퍼 앨범 걸작이긴하다만 그 이전의 곡도 좋은게 많다. 단지 이 법칙을 합리화 하기 위해 다소 '대중성'이 떨어지는 후반부 작품들을 찬양한다. 그들이 그런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건 그들을 열렬히 지지하는 팬들덕분이란 점도 써줬어야 한다. 그리고 어째서 1200시간의 공연 후에 발전한 것을 언급하면서 1만시간의 법칙과 연관을 짓는지도 알수 없는 일)
- 빌 게이츠 이야기(감사하게도 부유층 자제출신임을 미리 언급하고 시작한다.)
글을 오래쓴 사람답게 치밀하게 약점을 보완해두었지만, 말콤 글래드웰의 잘못은 '타고난 재능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런 자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위에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타고난 행운과 따라온 행운의 연속 위에서 나온 사람인지 충분히 알만한데 말이다.
빈틈을 메우기 위해 쓴 글을 보자.
- 성인이 아닌 경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연습을 해낼 수는 없다.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곤궁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연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안되므로 가난해서도 곤란하다. 대개의 경우 특수 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종류의 기회를 붙잡아야 그 수치에 도달할 정도로 연습을 할 수 있다.
즉 행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발 '누구나' 1만시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날조하지는 말자. 이 책에선 '마스터'나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썼을 뿐이다. 어떤 기술에 대해서 '마스터'나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되더라도 부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고,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노력보다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건 그가 있던 시간과 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뒤에 언급하고 있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에 현존하는 부자들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는 점. 1만시간을 투자하고서도 그것이 그다지 쓸데 없는 재능으로 전락해버리면 이미 투자한 십년은 날라간다.
기계화가 가속화되며 많은 장인들의 재능은 쓸모 없어지고, 동일한 퀄리티로(심지어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진 제품들 속에서 장인들의 투자가 사라진 지난 세기를 기억해보자.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사라지며 게이머들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고 대부분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그래서 홍진호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다.)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람들 중에 제정신인 사람은 없다고 보면된다. 무대에서 "니가 할 수 있는데 노력을 안한거야,"라고 짖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분노에 차오른다. 당신들이 운이 좋아서 거기서 떠드는 중인걸 왜 모르는가?
'아웃라이어'에 포함된 빌 게이츠의 사진 옆에 이렇게 설명이 붙어있다.
"특별한 기회와 놀라운 행운의 연속 속에서 위대한 아웃라이어가 된 빌 게이츠"
그리고 빌 게이츠는 인터뷰 시작 말한다.
"저는 아주 운이 좋았어요"
그러니까 1만시간이고 힐링이고 개소리고 나발이고 집어 치우고 제발 좀 살던대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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