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이끈다.

매일매일 잡설 2014. 2. 7. 13:28 Posted by e-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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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이끈다.

 

제목에서 오해가 생길까봐서 명사 '우연'을 굳이 따옴표를 쳐가며 표시했다. '운'이 작용하는 세상에 노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건 노력이 전부라는 생각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게 운이 안따라주면 안된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스무살까지는 젊은 혈기에 '내가 노력하면 다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지만, 나이 들어서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철 없는 애송이'거나 '무서울정도로 운이 따라왔던 사람' 둘 중 하나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사람들이야 말로 운의 존재를 부인한다. 이유는 그들의 (엄청나거나 혹은 작거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공을 '운'에게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난 사실 그럴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노력했고, 운도 따랐던 것은 숨겨야할 것이라기보다는 자랑할 것이다.

 

노력을 하면 운이 따라온다는 사람들의 말은 노력을 하고도 운이 따라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어딜 가나 '지질이도 운이 안따르는' 바보들이 있다. 실제로 이들은 천재거나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1%는 운이 결정지어주는 것이고, 이 작은 차이 하나가 세상을 뒤엎거나 자신이 뒤엎어지는 상황 중 하나를 연출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 사는 이야기는 지어낸 소설보다 재미있다.

 

발명왕(이라고 부르고 사업가적 기질이 다분한 세일즈맨이라고 생각되는) 에디슨은 말했다.

 

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
-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이다.

그가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저 1%의 영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었다는 점이다. 에디슨은 이 말을 1%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서 했지만, 사람들은 99%의 노력을 해야하는 점을 들어 이 말을 자주 인용한다. 작자와 해설자 사이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물론 교육을 위해서는 99%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했을거고 그 의견에는 반론하고 싶지 않다. 그게 틀린말은 아니다.

 

다만, 저 1%의 영감이란게 재능과 사색, 환경, 그리고 운 등이 모두 작용하고 마침표를 찍어주어야만 나올 수 있는 궁극의 결과물이라는 점,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 저런걸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 저런게 있어도 망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점, 혹은 노력없이도 운으로만도 완성되는 일이 있다는 점 등도 함께 언급해줘야만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우연때문에 우리 세계는 (긍정적으로건, 부정적으로건) 발전해왔다. 술은 우연히 발명되었고, 코카콜라는 소화제로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 무수히도 많은 우연한 성공의 예는 부지기수로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의 두뇌로 계획하고 실패한 더 많은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계획은 중요하지만, 실패 가능성이 항상 성공 가능성보다는 높다는 점은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내가 책을 선정하는 기준에서 '자신의 실패를 고백하는 책'만큼은 유해하지 않은 책(그렇다고 꼭 좋은건 아니다)이라고 본다. 대부분 이런 책은 자신이 어떻게 잘못했는지를 담담히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스로의 성공을 자랑하듯 쓰는 책은 100% 유해한 책이다. 이런 책들은 전부 자신이 잘한 것을 쓰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우연히 운이 따라온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오라클의 창립자인 래리 앨리슨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에선 그는 밑도끝도 없이 이기적이고, 계획을 세우면 지키진 않고, 주주들 앞에서 허세를 떨면서 필요한 기능을 그때그때 급하게 추가하고 완성도 되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여직원 중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큰키에 금발) 여직원이 들어오면 치근덕대기 바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야말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막 살아온 망나니 같이 묘사되어 있다. 그를 비난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이런 책이야말로 유익하다고 말하고 싶어서 든 예이다. 일을 위해서 그는 무엇이든 했고, 뛰어난 연설가였고, 프리젠테이션에도 능숙했고, 거짓말도 상당히 잘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지만 좋은 말만 하며 으스대지도 않았다.(무엇보다 이 점이 좋다.)

 

세상이 살기 좋아질수록 비과학은 물러날 것처럼 보였지만, 과학이라거나 법칙, 규칙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은 여전히 도처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법칙"이라거나 "부자가 되는 법칙", 혹은 "승리하는 법" 등에 현혹된다. 애초에 그런것은 없고, 가르칠 수 없으니까 저런 주제를 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투자를 주제로 누군가 강의를 한다고 치면 그것은 100% 사기꾼이다. 이미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면 누구라도 번 돈을 쓰거나, 세거나, 쓸 궁리를 하면서 보내지 몇 백만원 벌자고 자신이 돈번 방법을 공유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돈 버는 방법은 독점할때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고, 공유자가 늘어날수록 그 수익은 1/n으로 줄어들게 마련이다.

 

'우연이 이끄는' 세상속에서 살면서 그걸 부정하려고 사람들(이라고 쓰고 우리들이라고 읽는다.)은 규칙을 만들고, 세상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고 싶어한다. '설계자'적 욕망은 어디에서나 꿈틀대는건지 모르지만, 그런 법칙을 만든 사람(실제로는 없지만 그럴듯하게 법칙을 설계한)은 어느 그룹에서는 신처럼 받들어진다. 세계화로 인해 이런 그룹이 세계적인 규모가 되고 있다는게 문제가 커진 요인이라면 요인.

 

성공한 사람들이 했던 일은 동세대에 실패한 사람들도 동일하게 했지만, 망하고 부셔진 이들은 기록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성공한 사람들만 했다고 믿게 된다. 그가 경쟁자들에 비해서 우위에 있었던 것은 약간의 운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을 철썩같이 믿고만 있는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런 법칙이라는 것은 세상을 안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좋은 도구이다. "그는 ~~ 했기 때문에 ~~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이치가 맞게 돌아가는 세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그 이유가 중구난방이고, 세상의 이치랑은 전혀 다를때도 많지만,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도 숨길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공유되는 순간 자신의 이익이 사라질수도 있으니.

 

세상엔 좋은 말이 많다. 이런 좋은 말, 혹은 맞는말이 조금 섞여있다고 책이 양서가 되서도 안되고, 이치에 맞고 옳은 소리를 한다고 한 사람이 성현으로 분류되서는 안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자로 꾸며진 모든 이들은 뛰어난 마켓터들일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진짜 성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자신을 알리는데 그렇게 열심히였을리는 없었을테니. 그리고 무대에 서서 강연을 하는 사람들은 비지니스맨이고.(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을 무슨 성자쯤 되는 것 처럼 표현한 글을 써댄 사람들은 반성 좀 해라.)

 

'트릭'(일본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글에는 힘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런 글을 열심히 팔아먹고 강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극의 긴장감을 중간중간 풀면서 재미를 주기 위한 도구인것 같긴하지만, 드라마에서 각종 트릭으로 사기치는 이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핵심을 찌르고 있다.

 

'그러니까 말로 티비나와서 사기치는 이들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사기꾼은 어째서 끝도없이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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