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rical School(리리컬 스쿨)의 히트곡 라인업 중 제일 괜찮은 포토그래프 - 오이데요 - 풋챠핸접
처음에 Tengal6(텐갈식스: 리리컬 스쿨의 이전 이름 - 스폰서인 텐가와 협약을 종료하며 갱신하지 않고 팀 이름을 바꾸었다)를 좋아했던 것은 이들이 힙합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시작은 호기심이었지만, 그 이유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이들의 프로듀서인 디제이 토푸비트(DJ Tofubeat)의 존재때문이었다.
사실 시작에 그런 이유가 없다면 이들을 좋아하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확실히 그랬다. 다분히 상업적인 아이돌에 힙합을 씌우고 있었다. 상업적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메이저부터 인디를 아울러서 '대중 음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대중음악의 목적은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에 있다. 여기에는 이런 힙합을 아이돌에 접목한 혁신도 있고, 메탈을 아이돌에 접목한 혁신도 있다. 그리고 근래 들어서는 직접 음악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올드스쿨 힙합 아이돌까지 등장한 마당이다.
직업으로서 음악을 하는 입장이라면 당연히 그것으로 돈을 벌고 생활을 영위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인디 음악은 음악의 순수성을 꼭 지켜야 하고 그것으로 부자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게 어떤 상업성 짙은 음악과 이어진다고 그 음악이 쓰레기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논리다. 음악은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만이 존재하고, 대중이 그것을 인정하면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간혹 마켓팅이라는 도구가 존재하고, 운이 따라주기도 하면서 큰 돈을 벌게 된다고 한들, 음악이 변하는게 아닌데. 적어도 나는 그런 과정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이런 딜레마를 파괴할 수 있던 것은 일본 최고의 랩퍼라고 칭해지는 지브라(Zeebra)가 이들의 공연을 보고 호평을 했던 한줄이었다. 다소간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바닥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간 대중적으로 성공한 랩퍼가 이들을 힙합으로 표현한 것과 같이 공연한 것에 대해서 좋게 말해준 것은 그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던 순간이다.
솔직히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으면 '랩을 잘한다'라거나 '실력파'라는 생각이 드는건 아닐 수도 있다. 디제이 토푸의 말랑말랑한 비트와 귀여운 목소리로 재밌게 랩하는걸 듣고 있으면 재밌긴 하다.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다. 꽤 끈질기게 음악 스타일도 유지하고, 팬들을 이끌어오고 있다. 거기에는 과거 힙합팬이었던 나같은 사람들도 많다.
조선시대 선비스런 생각이 어째서 현대의 음악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퍼졌는지 모르지만, ~~는 ~~해야 한다는 정의에서 한치라도 벗어나면 아는 욕을 총동원해서 비난하기 바쁜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메탈에게는 메탈 팬들이, 리리컬 스쿨과 라임 베리즈에는 힙합 팬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기존 코어 음악팬들 중에 일부가 이들에게로 전이된 것처럼, 이들을 시작으로 그 장르로 흘러드는 사람들도 생길 수밖에 없다. 나도 메탈리카조차 안듣던 사람인데 요즘 좀 변했다.
비틀즈가 아이돌로 시작점을 잡았다는걸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의 마지막이 아티스트로서 정점을 찍고, 챠트를 정복하고, 세계를 정복한 이후에 누구도 그들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말하는 각종 아이콘에 오른 뮤지션들 중에 아이돌스러운 측면이 적잖게 있던 점은 대중음악이 이런 선례의 반복이었음을 고백하는 것만 같다.
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뜨기 시작하면서 뭔가 제대로 된(힙합다운) 음악을 가지고 나온 이들이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은 '잘 생긴' 그리고 '아이돌스러운' 이들이 먼저 떠올랐고, 그렇게 형성된 인기를 바탕으로 이들은 먼저 앞서 나갔고 현재까지도 잘나간다. 세상이 불공평한게 아니라, 타고난 (외모의) 재능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힙합뿐 아니라 모든 인디씬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대뿐 아니라 90년대도, 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 잘 생겼거나, 예쁘거나, 말을 잘하거나, 다른 포인트가 있거나, 자신을 어필 잘하는 이들은 언제나 한발 앞서갈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나오고보면 차라리 회사에 의한 아이돌이 그런 재능을 이용하는 것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리리컬 스쿨은 그렇게 비주얼이 빛나는 그룹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은 비슷하게 온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대체가 '음악의 진정성'이라거나 '정통파'라는 말의 뜻을 전혀 이해 못하겠다. 그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 음악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자위질을 위한 단어다. 그 음악이 좋다면 벌써 세계를 한바퀴 돌고 뭔가 보여줬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둘중 하나는 잘못된거다. 자신 혹은 세계.
2000년대 갑자기 나타나 힙합씬을 뒤흔든 패볼러스(Fabolous)는 아이돌이었지만 그 랩 스킬에서나 감각면에서 절대로 뒤지지 않았다. 첫 앨범을 말아먹고, 어셔는 두번째 도전에서야 자신의 매력을 가득 발산할 수 있었다. 물론 그때 그가 뿜어낸 섹슈얼한 매력에 쓰러진 여성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메이트(Mate)의 공연에 갔던 몇년 전에 그들은 비주얼에서부터 어필포인트였다. (메이트를 시샘하던 몇몇 밴드들의 뒷담화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무대는 많은 여성팬들이 소리지르는 가운데 흘러가고 있었다. 노리플라이(No reply)는 90년대 전람회가 그랬던 것처럼 무대를 바라보던 팬들의 감성을 충분히 젖게하는 매력과 더불어 아이돌같은 아우라를 펼치며 당시 씬 최고의 블루칩으로서의 가치를 발했다.
요즘 드라마 샤크(Shark)를 보면서 이 중2병 걸린 주인공이 락이 어쩌구, 꿈이 어쩌구 하면서 마치 상업적인 음악이 나쁜것인양 말하는 걸 보면서 역시 이 작가라는 놈들의 프레임은 어쩔수 없구나 싶구나 싶었다. 물론 극이라는 것은 흑백논리가 서야 재미가 있고, 갈림길에 주인공이 서게 만들어야만 보는 입장에서 흥미가 생기는것은 사실이니 어쩔수 없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건 다들 안다.
다수의 사람들, 즉 대중 앞에서 무언가를 발표한다는 것은 그들의 이목을 끌고, 그것을 바탕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한 행위다. 씨디를 찍어내거나 음원을 공개하면서도 나는 음악가니까 현실과 타협은 안한다는 헛소리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다른 이들의 이목을 생각않고 음악을 하겠다면 그냥 집에서 혼자 만든 음악 들으면서 자위하면 된다. 간혹 어떤 이들은 평론가들이 왈가 왈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리는데, 애초에 그들의 귀까지 닿지 않도록 했으면 되는 것이었다. 좋은 평가건 나쁜 평가건 홍보에는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편다면 그냥 편협한 어린 사고방식을 가졌음을 드러낼 뿐이다. 그렇다고 평론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주식평론가부터 사회, 문화, 영화, 음악 등을 평론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라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라거나 말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을 일컬을 뿐이니까.
아이돌이란 (누군가의 기획으로 만들어졌기때문에) 노골적으로 상업적인 객체이면서 (아직 어떤 가능성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대로 가장 순수한 객체다. 반면에 아티스트는 (음악만을 한다고 떠벌리는 면에서) 가장 순수한 객체면서 (그걸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상업적이 되어야 할 객체다.
이들의 만남은 어긋날것만 같지만 현재까진 흥미롭고, 성공적인 만남만을 보고 있다. 앞으로도 별로 어긋날것 같지는 않은게 이들의 만남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이다.
'매일매일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역사 - 베이비메탈의 엠스테 입성일. (0) | 2014.02.07 |
---|---|
'우연'이 이끈다. (0) | 2014.02.07 |
마츠이 아이리와 미요시 아야카가 출연한 PV (0) | 2014.02.01 |
연도별 정리로 본 드라마들 (0) | 2014.02.01 |
2014 첫 시즌 보게 된 일드들. (0) | 2014.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