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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거슬러 2012년 8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만해도 아이돌은 그냥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 여러곳 혹은 하로온에 올라와있는 영상으로 다운받아서 보는 정도로 만족하던때. 그때까지만해도 직접 발로 뛰어서 갔던 아이돌 이벤트라곤 처음갔던 SKE48의 악수회와 아무것도 모르고 갔던 LinQ의 베스트홀 공연뿐이었다.

 

이 당시 일정이 레전드였던건, 나중에 따로 글을 써야할 것같다.

 

그런 일정의 첫발로 내딛었던 것이 HKT48의 팀H 공연이었지만, 사실은 메인은 아니었다. 이건 내가 짠 일정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하면 이렇게 며칠을 연달아 아이돌만 계속 보고 올 수 있었는지 신이 주신 일정이었다.

 

셋 리스트는 팀S의 "손을 잡으면서"

 

미안하게도 이 셋리스트는 이때 기억덕분인지 아직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아니면 원래 지루하던가. 눈 여겨 볼수밖에 없었던게 당시부터 인기에서 최고조를 찍고 있던 미야와키 사쿠라였고, 가기 전부터 좋은 느낌의 캡틴 아나이 치히로였다. 개인적으로 당시 팀H의 비주얼도 캡틴이라고 말할 정도로 좋아하는 비주얼이고 여전히 좋아한다. 이 공연으로 새로 알게 된 멤버들은 많긴 하지만, 기억에 박히는 멤버는 엠씨에서 잘 떠들었던 나카니시 치요리나 코모리 유이였다. 특히나 코모리 유이가 빛난건 난데없이 날뛰어 분위기를 아작내던 무라시게 안나를 가볍게 제압하고 매끄럽게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졸업발표한 키가 너무 큰 아베 쿄가.

 

확실히 그랬다. 당시의 팀 H 공연에는 기존 멤버의 빈자리를 메우러 나온 땜빵 1기 연구생도 섞여있었는데, 그 전체에서 비주얼로만 보면 제일 별로라고 생각되던 코모리 유이였다. 비율도 자리에서 보니 5등신 정도로 좀 재미나게 생겼고.(이때 운이 얼마나 좋았는지 원거리가 당첨되어 공연을 보기에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말하는걸 보니 좀 웃긴애였다. 지금은 일본을 꾸준히 다니고 학원도 다니면서 어느정도 말을 통하고 일부 이해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당시에는 한마디 제대로 할줄도 모르던 터였는데.

 

약간 졸다가 깨서 엠씨를 볼 즈음부터 집중을 할 수 있었는데, 이날 제대로 알고 본 무대는 윔블던에 데려가줘 정도뿐이었던것만 같다. 다른 곡은 알아도 제대로 못봤겠지. 그리고 하이터치회가 왔고, 그 시간은 코모리 유이라는 존재를 각인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이후에 비슷하게 우메모토 이즈미에게 이런 기회가 왔었다.)

 

원거리는 먼저 나가기에 누군지도 모르고 하이터치를 쭉쭉 하고 있었고, 무대에서 귀엽게 보였던 애들이 앞에서 하이터치를 하니 정신 나간채 쭉 지나오고야 만다. 무대와 조명이 합해지면 키가 커보이는 효과가 나고, 특히나 원거리석의 좋은 자리는 그런 느낌이 극대화 되는것만 같다. 커보이기만 한 애들이 앞에서 하이터치하는데 너무 작아서 놀랐던 것과, 그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빨라서 놀라는게 두번째였다. 하이터치를 하러 처음 나온다는 것은 그것을 구경하는 첫줄에 설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렇게 앞에 서서 지켜봤다.

 

여기서 코모리 유이의 진가가 발휘되던 순간이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인사를 한번한번 모두 하는 모습, 적극적인 하이터치회를 임하는 모습부터가 다른 멤버들과는 달랐다. 그야말로 멍때리고 보고 있었다. 그렇게 멍때리고 본건 십년전 동대문 두타앞에서 댄스팀 공연을 보면서 거기 멤버 하나보고 뻑갔을때 이후 처음이었던것도 같다. 이런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옆에서 날 지켜보던 사람이 쉽게 누구를 보고 멍때리고 있는건지 눈치챘다는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

 

다음날부터는 다른 아이돌'들'을 만나러 다녔기 때문에 이날 하루의 파급으로 끝날줄만 알았지만, 의외로 꽤 후폭풍이 거셌다. 돌아온지 몇주 지나지도 않아서 코모리 유이는 HKT48에서 강제 졸업당하고 사라져버렸으니, 타이밍을 잘 맞춰 갔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세달이 지나지 않아서 야마구치현에서 로컬돌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로컬돌이라면 분명 만나서 길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시모노세키를 중심으로 하는(사실은 고쿠라지만) 아이돌팀, 10 Color's라는 이름으로 (재) 데뷔 소식이 들렸고, 그들의 첫 공연을 할 즈음에 나도 후쿠오카에 있었다. 하지만 못갔다. 모든 계획들이 엉클어지고 재배치되면서 그걸 놓쳤다.(이당시에 여러 팀을 볼 예정이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데뷔무대를 놓치고서도 잊혀지기는 커녕 더 열심히 파헤쳤다.

 

그리고 용케도, 4월 14일 야쿠인 비트스테이션에서 "아이돌 온기 라이브"가 있었다. 이날은 공교롭거나 혹은 운좋게도 HKT48의 첫 싱글 투샷회가 있던 날이라 후쿠오카에 갈 예정이 있었고, 공모자와 함께 투샷을 찍고 비는 시간에 야쿠인으로 향했다. 이 공연에서는 훗가이도의 아이돌 Why@doll이라거나, 도쿄에서 온 아필리아 사가, 후쿠오카 로컬 아이돌인 세이슌학원(이날 공연으로 더이상 이들의 공연은 안가게 되었다.)이 공연을 했다.

 

의외로 북적북적한 클럽. 아필리아 사가의 팬들이 많았고, 홈그라운드인 세이슌학원의 팬들도 몰려와 있었다. 앞자리 차지하고 스탠딩 공연을 보고 텐 컬러스에 쪼로로 달려갔다. 다른 팀들 이벤트까지 볼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었고, 코모리 유이를 봐야 겠구나 싶은 생각으로 클럽 입구쪽에서 자리하고 있는 그들의 부스로 향했다.

 

이날 공연의 수확이라면 오랜만에 본 코모리 유이와 더불어 사진으로만 보던 야마구치의 미인 야마모토 히사에(山本久恵)를 본 것이었다. 사진에서 본 첫 인상이라면 마유유와 카논을 섞어놓은 느낌이었지만, 실물은 키가 너무 커서 그런 생각이 안드는 그냥 예쁜 학생이었다. 프로필에는 162cm라고 써있었는데, 굽이 있는걸 신은것도 아니었건만 165는 족히 되보였다.

 

12월에 나와 동행했던 N군은 히사에와 체키를 찍고, 나는 코모리 유이와 찍었다. 앞에 3달간 갔던 한국인이 없다면 우리는 각각 이들과 체키를 찍은 첫 한국인이 되었다. 그다지 의미없는 기록이지만, 이런거에 즐거워한다. 이때 왜 다른 멤버랑 안찍었는지는 나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이들의 체키는 다른 로컬돌들의 이벤트 참가에 비하면 비싼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다시는 안갈것 같으니 하나만 제대로 간직하자고 했던 마음이었는데, 그러면 도리어 다 찍었어야하지 않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게 도리어 목적이었으니까. 한국에서 왔다니까 놀라던 모습은 기억에 아로 남아있다. 촌동네(야마구치)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한국에서도 지켜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모양. HKT때부터 보아왔다는 이야기라거나 어떻게 알고 왔는지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간은 끝났다.

 

그리고 사진팔이 세일즈를 하는 모습을 보고, 꽤나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

 

자기 사진을 들고 팬 앞에 가서 "이 사진 예쁘지 않나요?"하고 즉석에서 팔아치우는 모습은 보통의 아이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지하라고 해도 이건 아이돌의 일이라기보다는 굿즈 판매담당들이 하는 일인데.

 

+ 이날 야마모토 히사에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던건 한국에서 온 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팔짝팔짝 뛰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연출된 모습이라기엔 그들은 그런 교육을 해줄 사람도 없는 로컬돌이었고, 나중에 텐컬러스의 공연을 가서 알게 된건데 원래 리액션 자체가 귀여운 애였다. 좀 작은 키에 팔짝팔짝 뛰면 더 귀여웠을텐데 생각외로 큰키라서 도리어 갭이 생겨버렸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다.

 

지난 12월 코모리 유이가 빠진 텐컬러스의 공연에 갔으니 8개월만에 간 것이다. 몸은 GALETTe로 가있어도 여전히 텐컬러스에 대한 케어가 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가렛뜨 이벤트도 언젠가는 가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던 날이었다. 이날 다른 히로인의 발견이 있었지만, 그건 언급하기도 위험한 관계로 글을 써놓고 몇년간 봉인해놓을 작정이다.

 

평지풍파를 일으킨 덕인지 모르지만, 여전히 흥행면에선 힘을 발휘하고 있는걸 보면 영리하기 이를데 없고, 자기 이미지를 만들고 판매하는 수완이 있다. 여장부답게 텐컬러스를 일년동안 틀을 완성시켜놓고 와서 멤버들 각자 캐릭터를 잡아주고 나온 것도 놀라울 지경이다. 인기라는건 한번 꽃 피운다한들 언제 지게될지 모르는 것인데, 아직도 충성도 높은 팬들을 이끌고 다니는 걸 보면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다.

 

다음 가렛뜨 이벤트에 갔다 올때쯤 이 글의 2편을 이어쓸 수 있을것만 같다. 자주는 아니라지만, 일년에 한번쯤은 만나러 가야할것만 같은 아이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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