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일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간다.
누구도 계획한대로 살지는 못하지만, 계획없이 살다가 그런 호기심에 빠져들면서 여러 필드를 거듭 항해하게 되면서 주제를 갈아타는게 지금까지의 생활이었다. 여지껏 좋다고 하는 아이돌들은 늘 그런 과정을 거쳤고,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오시들은 대체로 떨어져나가거나 바지 오시들로 남고야 말았다.
이런 호기심이야말로 열성적 추종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니 조심히 써야한다는걸 알지만, 그런 자제력이 있었다면 나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강하다. 아마도 어느 선에서 정체된 채 남아있었겠지.
그 시작은 하카타 백화점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동영상 초반부에 나오는 레나 앞에서 선보인 나카니시 치요리 & 타니 마리카의 특기는 웃기기를 넘어 이 멤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보러간 HKT의 연구생 공연에서도 의외로 자기 차례가 아닐때 충실한 모습, 초기의 제어 안되는 무라시게 안나(삿시 이후의 무라시게는 이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반대로 말하자면 삿시가 이적해오지 않았다면 무라시게는 아마 답이 없었을거다.)와는 다른 굿 타이밍 네타, 구박 받으면서도 빛나는 독특한 캐릭터 등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이후 연구생 공연을 두번이나 더 갔다.)
그래서 HKT48의 첫 싱글 스키스키스킵의 첫 투샷때 두번 생각하지도 않고 넣었다. 하루종일 투샷을 찍는 행사였고 같은 날 10컬러스의 텐진 공연이 있던터라 왔다갔다 바빴지만, 이날 기억에 남는 최고의 투샷 멤버는 단연 타니 마리카였다. 의외로 기대를 가지고 넣었던 다른 연구생들이 꽤 실망스런 반응을 해준덕분에 더 빛났다고해야할까.
그래서 누가 HKT 악수회를 간다고 하면 최선의 추천멤버로 타니 마리카를 말한다.(물론 그 누구도 내 말을 듣고 간적이 없는것 같다.) 그날 투샷 멤버 중에는 명불허전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만큼 대응이 좋았던 미야와키 사쿠라도 있었고, 센터답게 사람 놀래키게 기분좋게 해주는 타시마 메루도 있었다.(후일담으로 이날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바닥을 보였다고...) 그럼에도 내가 꼽앗던 최고가 타니 마리카라는건 그 인상이 정형화되지 않은 독보적 에너지를 발산해줬기 때문이었다. 사실 귀엽기로만 따지면 사쿠라나 메루에 비할바는 아니었고, 그 앞에 본 연구생 우메모토 이즈미, 이노우에 유리아에도 못미치는건 사실이었지만.
체질이 인디급이라고 말하는건 웃기지만, 악수회 10초도 안되는 시간에 1000엔이라는 돈을 쏟기에는 조금 아까운 감이 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용에, 숙박비에, 식비에 온갖 경비가 그 악수회에 들어가는 것이다. 악수회를 몇번 가다보면 이걸 특별하게 말할 수도 없는게, 일본 사람들 역시 멀리서 온다. 후쿠오카에서 AKB 악수회를 하면 큐슈 전체의 교통에 영향을 미칠만큼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후쿠오카 시내 버스 회사들에서 요원들이 나와 버스 역에서서 상황을 지켜보며 정리한다. 같은 큐슈라곤 하지만 남큐슈에서 후쿠오카까지 오려면 드는 돈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편.
투샷회라면 그래도 남는게 있으니 돈이 '덜'아깝다는 생각은 드는편. 이런 생각도 약간은 웃긴게 이미 '아이돌'이란 존재에 '소비'하는 돈은 회수할 수 없는 100% '소비형 지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게 어떤 이벤트건 이건 개인적 만족을 주어야만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 소비자 입장에서 맹비난을 퍼부은들 판매자측은 다른 대응을 할수가 없는 것.
이런 극도의 상황에서 인기 멤버도 아닌 타니 마리카를 추천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그 값을 하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에 한국에서 왔다고 아는 한국 인삿말부터 단어까지 총동원해서 시끄럽게 떠들어주는 모습은 연출이라고 하기엔 너무 시끌벅적하고 호들갑스러웠다. 저 사람의 머릿속에는 '고요함'이라는 개념과 '안정'이란게 없는 것도 같았던 그 짧은 시간이 기분을 묘하게 좋게 하는 면이 있다.
집에서는 아무 말도 없이 캐릭터 구상하고, 멍하니 베란다에 앉아있는 다는 말이 컨셉인지 아닌지는 알길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평소 조용하던 애가 갑자기 티비 나와서 저렇게 청산유수로 말을 쏟아내는 모습이라면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보면 아이돌로서는 최상이다. 그렇게 떠들어주면 반대편에선 다른 생각따위는 쉽게 잊어줄수 있으니 말이다.
HKT48에서 처음 받았던 안좋은 인상은 전부 개그쪽에 있었는데, 이것은 그들이 어렸기 때문이었다. 능숙하지 못했던 타이밍때문에 늘 분위기를 망쳤던 무라시게 안나(다시 말하지만 이건 초기다.), 보면 재밌지만 어딘가 늘 플랜을 짜고 온게 티가 나서 아쉬웠던 나카니시 치요리(는 아직도)가 두 주인공이었다. 그나마 그당시 이걸 정리하고 엠씨에서 분위기를 잘 빼냈던 코모리 유이는 첫 싱글도 나오기 전에 나왔다.(그래서 난 코모리 유이를 보러 갔었다.)
비교되는 타인을 비판함으로서 한쪽이 더 나아진다고 보진 않는다. 저 공연 이후에 사시하라의 영향과 여러 레귤러 방송이 계속되면서 모든 멤버들이 부쩍 달라진것도 사실이니까. 다만 타니 마리카는 독자성이 있고 아직도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대체자가 없다는 것만큼 강하다는 증거도 없으니까. (이건 코모리 유이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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