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B는 총선이 끝나면 으레 졸업하는 인원들이 나온다. 아마도 "이번에 못들면 졸업해야지"정도의 비슷한 생각이 뭉쳐서 그렇게 한발짝 내딛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그 많은 팀들을 다 알수는 없지만 여러 팀을 알고 있으면 졸업 이야기는 일년 내내 나온다. 사실은 "은퇴"라는 말을 그나마 가볍게 이야기하는것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돌아올 여지가 남으니까.
그렇게 해서 다시 돌아오고 재기한 이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사라지고야 만다. 활동할 당시에 아무리 잘나간다하여도 "아이돌"이라는 이름이 빠지고 나면 그냥 평범한 학생이나 사회인 정도인 것. 혹은 그룹의 이름값에 기대어 활동하다가 그 이름이 사라지고서 고군분투하는 경우도 있다.
매년 수백명의 졸업생이 나오는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전직 아이돌'들이 있을 것인지 계산해보게된다. 십년쯤 쌓이게되면 몇천명 단위가 될것이 분명하고 이런 타이틀이 어디에서 나올지는 알수 없다. 어느 알바생이 그럴수도 있고.
대략 1년전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아이돌이 갑자기 졸업(도 아니고 계약 해지..)해버리고 한 이틀 정도 종잡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이 충격이 워낙 있던 바람에 해당 팀의 팬에서 물러난 사람도 있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고, 혹은 하루이틀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도 봤다. 개인적으로는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당시의 충격보다는 후폭풍이 더 거셌던 타입이니까.
그리고 소식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녀가 산다는 시골 동네를 근처를 지나기도 했고, 약간의 추억이 서린 장소를 지나칠때 간혹 기억이 나긴했다지만 무던히 1년이 지난 지금은 별 생각이 없다. 우와사로 들리는 이야기들만 나올뿐 그다지 확정된 이야기는 없다.
어디선가 알아서 잘 사는게 보통의 이야기다. 어릴적 헤어진 친구들처럼, 소싯적 사귀던 예전 여자친구들처럼 그냥 잘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말뿐이다.
오타의 연식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그런데서 차이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막 입문한 사람들은 누군가의 졸업이, 특히나 자신의 오시멘의 졸업이라면 꽤나 당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번을 지나다보면 그것도 이 바닥의 이벤트 중 하나구나 하고 바라보게 되고 즐기게 된다.
몇년전 어떤 졸업공연을 보면서 이해 못했던 점들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저 멤버는 이 졸업공연의 이벤트만 끝나면 일반인으로 돌아가는건데 굳이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돈을 내면서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성대한 이벤트와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고선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던 때가 있었는데. 그 자리는 지금 돌아보면 '아이돌 인생'의 마지막 자리에서 작별을 고하는 무대였다. 그 특별함을 벗어버리는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빛나는 자리. 그 기록들이 그녀의 팬이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 이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어쨌거나 일반인으로서의 그녀와 아이돌로서 그녀는 달랐을테니까.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좋다. 정신을 차리고 이전까지 쌓아놓은걸 다 포기하고서 가는 자리다보니 고생길이 훤하다. RPG게임 하면서 만렙 찍은 캐릭 버리고 새 캐릭 키울때 하던 생각들... 지금까지 해온걸 왜 또하고 귀찮게 처음부터 챙길건 뭐 이리 많은지 불만이 폭발할때가 있었다. 그래도 앞에껄 키우면서 생긴 플레이어의 경험이란건 다음 캐릭을 키울때 고스란히 도움이 되듯 새로운 시작도 그렇게, 이전의 삶이 준 교훈이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어디가서 뭘하건 다들 잘 해낼것이다. 치열했던 삶을 지나면서 배운게 한가득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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